소통 어렵지만 천천히, 커피 한잔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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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어렵지만 천천히, 커피 한잔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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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어렵지만 천천히, 커피 한잔할래요?

성수동 ‘소리숲카페’ 오픈…청각장애인 4명 채용

인식 개선·일자리 창출, “다르지 않다 보여주고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21 21:38:07
서울 성수동 카페 거리에 있는 ‘소리숲 카페’ 전경.ⓒ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 성수동 카페 거리에 있는 ‘소리숲 카페’ 전경.ⓒ에이블뉴스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른바 ‘핫플’ 중 하나인 서울 성수동. 성수동 하면 저마다 개성이 가득한 ‘카페 거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복잡한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숲에 온 듯 포근함이 가득한 ‘소리숲 카페’가 있습니다. 향긋한 커피는 물론,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브런치 메뉴를 즐기며 즐거운 대화가 가득한 이곳은 조금 특별합니다.

소리숲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총 7명 중 4명은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았거나 보청기를 착용해 소리를 듣고 말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 및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회복지단체 사랑의달팽이가 청각장애인 일자리 지원 및 인식 개선을 위해 오픈한 곳입니다.
 
‘소리숲 카페’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김가영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숲 카페’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김가영 씨.ⓒ에이블뉴스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김가영 씨(23세, 여)는 매일 손님들과 만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소음이 심하거나 마스크로 인해 입 모양이 보이지 않으면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사람들과 좀 더 다가갈 수 있어 기쁩니다.

5살 무렵, 인공와우 수술을 한 가영 씨는 일반학교에서 생활했는데요. 오른쪽에 인공와우를 착용한 가영 씨의 사정을 모른 채, ‘내 말을 무시하냐’는 친구들의 오해에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발음이 어눌해 철없이 놀리는 또래들도 있었고요.
 
‘소리숲 카페’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김가영 씨(맨왼쪽)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숲 카페’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김가영 씨(맨왼쪽)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이블뉴스
소리숲 카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랑의달팽이 소속 클라리넷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했던 인연이 닿아 일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재밌어요. 사람들도 많이 만나니까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가영 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날 때 겁을 덜 내고, 의욕적으로 변했다고 했습니다. 음악 소리에 손님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까 봐 의기소침했지만, 이제는 주문 시 음악 소리를 조절하며,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가 아니라, 그냥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소리숲 카페’ 메뉴판과 디저트, 커피머신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숲 카페’ 메뉴판과 디저트, 커피머신 모습.ⓒ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의 ‘2020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3만3000명이며, 이중 청각장애인은 지체장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39만6000명)를 차지합니다. ‘청각장애’하면 농인 수어 사용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이들 중에는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사용하는 난청인들도 존재합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도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보청기를 사용하는 인구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을 위한 정책은 부족할 따름입니다. 보청기와 인공와우 착용 시 청각이 온전히 회복된다는 편견과는 달리, 명확한 소리를 듣지 못해 난관에 부딪히곤 하는데요. 난청인들의 청각 보조 편의 서비스 제공이 담긴 관련 법안들도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쿨쿨’ 잠만 자는 현실입니다.
 
‘소리숲카페’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숲카페’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 모습.ⓒ에이블뉴스
그렇기에 ‘소리숲 카페’는 조금 더 특별합니다. 입 모양이 보이지 않는 경우 대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소리와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고, 청각장애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소리숲 카페’ 박선화 점장은 11년 차 바리스타 경력을 지닌 베테랑입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며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인공와우 수술 재활이 잘 된 친구들이다 보니 일하면서 불편함은 전혀 없어요.”

장애를 가져 성격이 어두울 것이라는 편견마저 깨진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함께 일하는 청각장애인들로부터 밝은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합니다.

“이곳 취지가 인공와우 수술한 사람들도 비장애인과 어울리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오시는 손님들도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있었어?’ 하는 분들도 있고요. 또 인공와우 수술한 어린아이들도 종종 방문하는데, 그 부모님들이 희망을 얻어간다고 해요. 일석이조 아닐까요?”
 
‘소리숲카페’ 오픈식 전경ⓒ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숲카페’ 오픈식 전경ⓒ에이블뉴스
한파가 잠시 물러난 21일, ‘소리숲 카페’에서는 사랑의달팽이 김민자 회장, 오준 부회장 등이 자리한 오픈식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날 오픈식에서 참석자들은 저마다 ‘소리숲 카페’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에게 편안한 쉼터를 넘어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불러오길 기대했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이 쉼터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느끼지 않을까 해서 만든 공간입니다. 장애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사회에 울림을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김민자 사랑의달팽이 회장)

“2007년 인공와우 수술을 했습니다. 소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기쁩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보와 함께 힐링의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안재권 한국인공와우사용자협회장)

“이곳에 있는 바리스타는 그냥 젊은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헌신과 눈물의 결과이자, 어려움을 헤쳐가는 멋진 영웅입니다. 이분들의 사랑의 목소리를 듣고 힘과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홍소라 사랑의달팽이 후원자)


워낙 ‘핫’한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는 성수동이라 ‘소리숲 카페’가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내리는 신선한 커피와 함께 일상 속 다양한 소리에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포근한 이곳에서 커피 한잔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소리숲 카페’의 수익금은 청각장애인의 사회진출 및 대중의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사용됩니다.
 
‘소리숲 카페’ 테이프 커팅식 모습.(왼쪽부터)홍보대사 케이티 김, 사랑의달팽이 오준 부회장, 김민자 회장, 홍보대사 안현모, 김은우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숲 카페’ 테이프 커팅식 모습.(왼쪽부터)홍보대사 케이티 김, 사랑의달팽이 오준 부회장, 김민자 회장, 홍보대사 안현모, 김은우 씨.ⓒ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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